지난 토요일 오이도에 저녘을 먹으러 갔다.
주말이면 가족에게 외식이라도 시켜줘야 가장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라 여겨서인지
아님 나이들어갈수록 가족들이 새록 새록 좋은지 남편이 외식을 제안한다.
처음엔 봉천동의 순대집 , 쇠고기 한 마리집
좀 안 내켰다. 識을 인식한 이후로는 소를 먹는 것이 참 꺼려졌다.
그래서 소를 안 먹는 것은 아닌데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 새우 먹을래? "
생각해보니 새우철이었다.
그 달큰한 맛을 생각하면서 Okey !
저녘 8시 , 길 나서기에는 좀 늦었지만 그래도 오이도로.
소래나 월미도 보다는 가깝고 훨씬 정비된 느낌이 나서 좋았던 기억이 났다.
길미 많이 막혔다. 특히 IC나와서.
다들 가을밤 식도락을 즐기러 나온 모양이다.
새우를 시켰는데 , 소금 위에 산 놈들이 누워 발버둥쳤다.
순간 눈물이 날 만큼 후회스러웠다. 볼 수가 없었다.
아이나 남편도 안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러나 분홍색으로 익은 새우는 머리까지 씹을 수 있게 연하고 맛났다.
나 입맛 맞추자고 무고한 생명들이 고통 속에 죽어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해서 폭죽을 샀다.
작년에는 원해도 안해 줘 미안해서 사줬다.
' 빠바박 빠바박 '
폭죽이 터지고 덩달아 아이들의 마음도 부풀어 오른 듯 했다.
행복의 절정 !
그러나 폭죽 만드는 일 , 터트리는 일 다 수행적 관점서 보면 안 할 일들이다.
폭죽 살 때도 장애인이 파는 것을 지나쳐서 마음이 아팠다.
실은 우리 집 가계부도 그리 넉넉지는 않은데 ,
이리 호사를 한다.
수행적으로 보면 안 할 짓인데
부모님과 인도에 있는 두 딸이 생각나 아무도 모르게 또 목이 메였다.
' 딱 좋아 '
우리가 새우를 먹은 집 상호다.
중생의 눈으로 보면 딱 좋은 일상의 행복이 실은 남의 생명을 빼앗아 내 혓바닥 감각을 만족 시키고 ,
한 때 즐겁자고 인생을 허비하는 꼴이다.
나는 지금 어디 쯤에서 뭐하고 있나?
자꾸만 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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