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도연이와 세연이가 출국하는 날이 1월 12일 , 내가 부처님 발자취 따라 떠나는 날이 7일이다.
년말에 무주 리조트에서 시어머니가 미끄러운 카페 문 앞에서 발을 살짝 잘못 디뎌 팔에 기부스를 하셨다. 그리고 내가 떠나는 주에 제사를 두 분이나 모셔야 한다.
그리고 천지 분간도 못하는 것 같은 3,5학년 승연이와 세연이 , 요즘 들어 더 바빠진 남편 .......
누가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할 것인가?
도연이와 세연이 출국 준비는 누가 해줄 것인가?
친정과 시댁붙이들은 욕을 또 얼마나 할까?
남편은 이번에 나갔다하면 못들어올 줄 알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공항가는 길은 얼마나 무겁던지. 공항에 가서야 전화들을 한다. 남은 아이도 부탁하고 동서에게 제사도 부탁하고 .....
그런제 제사를 모셔오마 해도 고개를 저으시던 시어른이 전화를 하셨다. 아무래도 니가 와야겠다고. 가슴이 쿵했다. 그래도 어쩌랴? 아이들 일로 인도 가는데 단체 표가 있어 오늘 일찍 떠나노라 사실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한 말을 한다.
280명이 떠나는 단체 여행이고 , 서울팀인 나는 델리로 안 가고 캘커타로 가려고 조정을 신청해서 얼굴 한 번 안 익힌 울산 팀과 함께라 공항에서부터 모든 것이 어색했다. 아니 그간 그래도 인도를 갈 것이라고 이 것 저 것 집안 일이며 다른 일들 처리하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어서 붕 뜬 듯 몸살 기운이 돈다.
비행기 출발 지연을 전 날 통고해주었음에도 TG에서는 식권을 준다. 인도 가면 제일 그리울 것 같은 음식 , 회냉면을 먹는다. 혼자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싫었다. 혼자이고 싶었다. 그리고 [ 럼두들 등반기 ]와 아이들이 넣어준 MP3 음악을 듣는다. 네팔을 산을 그 곳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혼자이면 창가 좌석을 받았을 터이지만 이미 나온 보딩 패스는 가운데 좌석이다. 비행기 안인데도 떠난다는 것이 거의 실감이 안난다. 내 의식은 아직도 서울에 있다. 13개월 만에 다시 인도로 간다.
아이들의 유학 시작도 나의 몇 번에 걸친 인도 유랑도 실은 성지를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외방치기였었다. 꼭 그런가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는 확신을 만들고 있었다.
TG비행기는 22년 전 내가 네팔을 갈 때 탔던 첫 비행기다. 마치 고향에 온 듯 좋다. 서비스도 기내식도.
그리고 히말라야 산자락의 일들이 떠오른다.
방콕 공항에서 쇼핑하며 구경이나 하려고 맘 먹는다.
그런데 앗불사 !
공한 한 켠의 좀 넓은 장소에서 [ 입재식 ]이란다.
Oh no ! 역시 정토회다 , 쥑인다 .
우리 말고 어떤 순례단이 공항 바닥에서 일 진지하게 입재식을 할 것인가?
성지 순례를 왜 가는 것인지 마음 가짐은 어때야 하는지 그리고 성지에 대한 기본적인 숙지들......
이미 성지에 관한 책들이 주어져 다 읽었는데도 또 새긴다.
불자란 무엇인가 ? 새기며 부처님의 삶을 따라가는 순례 !
부처는 누구였으며 그의 가르침은 무엇이었는지? 새기는 현장 학습.
[ 경계따라 일어나는 온갖 분별심 다 내 업식이 짓는 상일뿐입니다 ]
라는 명심문을 새기며 입재식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밤 늦게 캘커타 도착 , 인도는 역시 인도.
시골 간이역에 도착한 편안함과 각종 향과 레몬향 그리고 더 많은 냄새들이 뒤엉킨 그 ' 인도 냄새 '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부윰하게 정신이 맑아오고 온 몸에 희열같은 것이 퍼진다.
" 인도다 인도 ! ! ! "
왜 그리 이 서쪽에만 오면 좋은지 ??
수자타 아카데미에 갈 공용 짐을 안 찾고 나와 조장에게 말을 듣는다.무참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 일어나는 마음.
그러나 내가 원해 캘커타 팀에 합류했고 울산이 그 팀이라 마지막 여행을 위한 사전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커뮤니케이션 부재라 그런 것을.
거기다가 피곤 때문에 내 몸만 챙기는 마음과 또 인도 몇 번 와봐서 ' 나 잘났다 ' ' 나는 혼자이고 싶다 '는 마음까지 있었다.
폐차 직전의 버스에 올라오니 모기들이 다닌다.
어둑신한 캘커타. 농도 짙은 공기 ,
인도다 인도!
그러나 인도스런 정말 인도스런 캘커타 거리 풍경은 어둠 속에서 선명하지 않다. 아무리 인도라고 마음 속으로 외워도 인도에 왔다는 실감이 안난다. 이상한 일이다.
YMCA 가 숙소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다.
두 명의 룸메이트 , 나는 그냥 내가 젤 좋은 자리로 간다. 이기적인 나를 본다 . 한 사람은 네팔서 왔단다. 한 사람은 경주서.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분은 네팔 대사관에 근무하는 영사 , 한 분은 이 여행을 핸드링한 여행사 사장님이다.
얼마나 감사한 룸메으트들이었는지 나중에사 알았다.
그 분들은 50대 초반으로 나를 열 여섯 여여덟 동생 보듯 이쁘게 봐주셨다. 그 분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배운 것이 많았다.
아무튼 짐 하나 남에게 안 맡기고 온전히 자기가 자기 일을 책임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피곤하고 어색해서 여기 저기 부딪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잠이 든다.
3배하고 " 잘 때는 잠만 잡니다 "를 세 번 새기고 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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