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면서

재앙이 복인줄 알다

Krishna4c 2007. 9. 7. 23:43

 

 오늘 SM클럽 산행이 있었습니다.

 

목 짧은 등산화는 다 낡고 물이 새서 목이 긴 등산화를 위에 목 부분은 안 채우고 나갔습니다.

에베레스트까지 다녀왔지만 산에 안 다닌지 오래라 등산복은 20년 전 그대로 면 바지 . 면 티셔츠였습니다.

 

그래 이번에 첨 기능성 등산복을 구입해서 입었습니다.

그런데 면 바지는 발목 부분 신발 끈 걸어두는 쇠고리를 덮에서 걸려넘어지지 않고 그럭 저럭 신었습니다.

( 우리 나라 산에서 적설기 아니고 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는 걷기만 힘들게 합니다. )

그런데 기능성 바지는 그 쇠고리를 못덮어서 신발 쇠고리와 다른 쪽 끈이 얽혀 걸려넘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다리를 좀 벌려 걸으니 갈만 했습니다.

 

그런데 , 아뿔사 !

정류장 근처에서 철퍼덕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무릎 , 손바닥 , 얼굴 오른쪽 눈위를 다쳤습니다.

손바닥서 피가 나고 눈 위도 금방 부어오르는 것이 느껴져 집으로 되돌아 가는데 ,

몇 걸음 못가서 또 넘어졌습니다.

 

' 왜 그럴까 ? '

 

수행을 해서인지 ' 재수없다' ' 집에 있자 '

이런 생각은 금방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마당에서 또 한 번 넘어지자

 

' 오늘 가지 말라는 계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계시도 내 마음이 일으킨 것이라 생각하지만 손바닥서 피가 흐르고 정신이 아득해오는데

이제 걷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제사

 

" 관세음보살 "

을 외며 집으로 가서 손바닥을 씻고 얼굴의 피를 닦고

병원으로 신발을 바닥 떨어진 것으로 갈아신고 갔습니다.

 

그래도 다쳐서 안간다 못간다 소리는 못하겠더라구요.

 

물론 산행은 내게는 커다란 쾌락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不隨自性 隨緣性

 

이라는 경전 문귀가 떠오르고

 

至道無難 唯嫌揀擇

 

이라는 승찬대사의 신신명 구절도 떠올랐습니다.

 

아무튼 병원으로 먼저 갔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산으로 가고싶었지요.

 

그래 약 바르고 약 사고 산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알았습니다.

 

그 목 긴 신발 신고 갔더라면 큰 사고 당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북한산 향로봉 - 비봉 - 승가봉 -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릿지를 하면서 더욱 더 깨달았습니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이 나를 살리신 것을 요.

 

적어도 큰 병신이 되었거나 죽었거나 했을 것을 아스팔트 인도에 3번 내려쳐서

 

손바닥 조금 ( 약을 안발라도 될만큼 )

무름 찰과상과 멍

얼굴 피멍 ( 터지지 않은 피가 흘러 마치 맞은 것 같겠지만 병신되고 죽는 것만 하겠습니까 )

 

정도로 그친 것입니다.

 

그리고 수행 전이었으면 무슨 큰 계시마냥 새기며 집에서 아픈 곳 부여잡고 끙끙대었을 텐데

그냥 떨치고 산행 짭잘하게 잘 했습니다.

 

물론 대장님이 본인도 안가본 길을 한 곳 간 곳은 등산객이 흔히 사고를 당하기 쉬운 경사와 조건이었지만

잘 넘어갔습니다.

 

본격 릿지등반처럼 줄이 있어야 될 구간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산행 간다고 나서 다쳤지만

도중에 모르는 이의 손을 잡기도 하고

동행이 발을 한 번 받쳐도 줬지만

그래고 산에선 다치치 않고 내려왔습니다.

 

행자대회 빼먹고 법당일 안하고 자식들도 두고

간 산행이엇지만 즐겁기는 했습니다.

오랜만에 바우타기 재미도 낫구요.

 

다만 무릎 다쳐 당분간 절을 못하겠내요.

명상과 주력이라도 해야지요.

 

그리고 성자라고 내 산악부 동기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유난히 산에서 잘 다친 그녀가 은근히 나는 안 다친다 잘난체 하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며

그녀에게 참회했고,

 

몸이 쇠약해져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넘어지고 다치는 이들의 심정도 알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쿵 떨어질 때의 그 이상한 느낌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압니다.

 

' 재앙이 복임을 '

 

부처님 ,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살생과보로 큰 화를 입을 것을 탕감해주셨음을 알았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정말 제대로는 아니지만 수행 흉내라도 내는 것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