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법당에서는 한 겨울만 빼고 한 달에 한 번 서초동 건강보험심사원 앞에서 장터가 열립니다.
나에게는 소용없지만 남에게는 아직도 유용할 물건들이 나와서 돈으로 바뀌고 , 그 돈이 인도 비하르주 가야 둥게스와리 마을의 수자타 아카데미로 가는 여러 물건으로 바뀝니다.
약품, 학용품 , 책......
부처님시대때도 불가촉 천민들이 살았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주민들은 그저 남에게 구걸이나 하면서 생을 마치기 쉬운 동네입니다.
그런데 구걸하던 그들이 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합니다.
JTS에서 한 작은 시작이 누천년 지속된 그들의 습을 바꾼 것입니다.
저도 집에 있는 물건들을 챙겼습니다.
책이 모자란다는 얘길 듣고 아이들 책부터 챙기는데 , 그저 제 눈에 쓸만한 책은 선뜻 내놓지를 못합니다.
모아진 책은 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책들입니다. 가끔 아깝다 싶은 책은 너무 낡은 것입니다.
' 그림이 너무 예술이라 우리 아이들이 봐야 하니까 '
' 영어책이 글자는 몇줄 안되지만 우리 아이들이 안 봤으니까'
내 책에 와서는 더욱 인색해집니다.
' 취향이 틀려서 누가 보겠어? '
' 내가 글 쓸 때 참고가 될지 모르쟎아? '
그런 식으로 책 한 권을 못내놓습니다.
내가 봐도 감동이고 가지고 있고 싶은 책을 내어놓아야 하는데 , 손이 곱아서 못그럽니다.
한 때 책에 집착이 너무 심해서 남이 빌려가서 책을 안 주면 잠이 안오고 똑 같은 책을 기어히 사서 집에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 되고는 했습니다.
그 집착을 많이 버렸다 생각했는데 , 아닌 모양입니다.
평소 집에 책 하나는 많다고 자랑치며 살았는데 , 그게 내 잘난 체 말고 남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나 합니다.
그래서 이제 깨닫습니다.
' 나는 참 내 놓을 게 없구나 '
마음이 바뀌어 내 책을 다 내놓는다 해도 낡고 시간 지난 그 책들이 파지값이나 하지 가치가 있을까 싶습니다.
참 보잘 것 없는 삶입니다.
그래도 뭔가 가지겠다고 한참을 살겠지요.
가진 것 다 내놓아도 될 경지가 되면 그 때 내가 뭐 가지고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게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나 마음 비우는데나 좀 도움되겠지요.
그저 그저 남보다 조금 낫다는 작은 재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몇개 털어내면 뭐 남는 게 있나 싶습니다.
그래도 어디가서 또 ' 있다 ' ' 잘났다 ' 할까요?
깨닫고 배운대로 천천히 가보겠습니다.
제가 아니 그러더라도 잘가고 있는 과정이려니 하고 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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