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다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산에 들었을 때 참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나를 잊을 수 있었거든요.
아직은 젊을 때 한 번 가 본 초모랑마가 참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히말라야 사진들에서 코빼기만 비추는 그 산이 참 그립습니다.
그리고 두드코시 강에 몸을 던졌다는 순다래 셀파가 생각납니다.
베이스 캠프에서 처음 초모랑마를 3번이나 올랐다는 그를 보았을 때 ,
그는 온 얼굴에 상처투성이로 고장난 라디오를 때리며 , 라디오가 일을 안하는게 자신 같다고 했습니다.
술냄새가 났고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지요.
열 셋에 조혼을 했지만 , 자식이 없었고 , 쿰부지역에서는 드문 이혼을 했고 ( 당했는지도 , 아님 마누라
가 도망을 갔거나 )
........
그러나 등반이 시작되자 ,
' My job is climbing '
이라 했고 , 그 말라빠진 주정뱅이의 그 말이 참 감동적으로 들렸었습니다.
저는 그 뒤로도 한참동안 뭔가를 내 업으로 삼질 못했거든요.
' 오색 구름'이 오후쯤에는 일어났었지요.
성긴 눈발이 날리는 날 , 돌과 포장으로 만든 부엌은 허연 먼지같은 눈이 들이쳐서 마치
유태인을 고문하는 고문장을 상상하게 했었지요.
양배추로는 김치를 담고 , 어떤 밤에는 '레쌈 삐리리'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었지요.
기도를 해야겠습니다.
지난 세월들이 이제 색들이 바래가는군요.
이미지화해서 저장된 것들 뿐이내요.
그 때 베이스캠프에서처럼 성긴 눈발이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