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르타 하우스 - 수자타 아카데미 기숙사
오전에 전정각산을 올라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등산 뒤에 수자 아카데미 기숙사 준공식 및 개교 14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그리고 기념식 후에는 인근 불가촉 천민 마을 방문이 있었다.
순례 일정중에 한 곳에 이리 오래 머무른 적이 없어 수자타 아카데미 일정이 참 편안했다. 그리고 순례중에는 우리 순례단 말고는 사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 이 곳에서는 그들의 삶 자락을 잠깐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아침에는 설성봉 거사를 기리는 탑 앞에서 제를 지냈다. 건축 기사로 봉사를 하시던 중 2002년 강도의 총에 의해 돌아가셨던 분이다.
순례단의 스님이나 법사단 , 실무자들 중에는 그 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 분위기가 숙연했다. 그리고 나처럼 일면식도 없던 이들도 먼 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의 추모에 마음이 숙연했다.
설거사의 추모비
달라이 라마가 설거사를 추모하며 심은 나무
낮은 벌써 한여름처럼 더웠다. 불가촉 천민들의 생활 여건상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아이들이 집에서는 학업을 계속하기가 힘든 것을 고려하여 세워진 것이 '시타르타 하우스 '다.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만 졸압하면 결혼을 하느라 남자 아이들도 돈벌이를 하거나 학교를 다닌다해도 전기불도 없는 환경에서는 학업이 이어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대 자동차에서 돈을 기부하여 세워진 기숙사는 보기에도 흡족하게 좋았다. 천민들인 아이들도 중산층 이상이 다니는 사립학교 정도의 괜찮은 기숙사를 경험하는 것이다.
점심 식사로 나온 잔치 음식
학교 인근 마을 주민 3천여명과 순례단 , 학생들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그 전날부터 많은 이들이 수고를 해서 음식이 나왔다. 유미죽과 튀긴 빵 2개 , 카레 , 오렌지 1개 뿐인 잔치상이었다. 나뭇잎으로 된 접시에 밥을 먹는다. 그 어느 것도 자연에 해를 주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길벗인 명진 법우와 산자락에 나가 음악을 듣고 얘기도 하고 돌도 줍는다. 부처님 오래 고행하셨던 이곳이 나는 제일 마음이 편안했다. 부처님의 다리를 베고 잠이 든 것처럼 .
전정각산의 작은 야생화 , 마치 작은 그 동네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인줄 모르겠는 작은 꽃들이 지천이었다. 바람은 봄바람 살랑이는 것 같았다. 아침 등산에서 앉아보았던 안부가 생각났다. 부처님도 그 곳에서 앉아 명상을 하셨을 것이다. 그 분의 기운이 아직 온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 돌을 주워가면 그 기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처도 버리라고 하신 가르침에 어긋나지만 여린 중생이라 그 돌들을 주워 주위 인연들에게 선물도 하고 싶었다.
안투비가 마을의 아이들
오후에는 인근 불가촉 천민마을 방문이 있었다. 나는 안투비가 마을엘 갔다. 아이들은 밝았지만 마을은 말갰다. 너무 가난해서 말갰다. 그들의 집은 흙과 풀로만 만들어진 집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마을의 한 두집만 흙을 구워 만든 둥근 모양의 기와가 올라가 있었다.
사람들이 산다기보다 짐승이 살기 알맞아 보이는 높이와 크기였다. 대부분의 집은 창이 없어 뭔가 해 먹으려고 불을 피운 매캐한 연기 냄새가 그대로 났다.
그래도 손님이 오신다고 집 벽들은 새로 흙칠이 되어있고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그들의 세간살이는 고작 옷가지 몇개와 도마 .칼 그리고 끓여먹는 그릇이 전부였다.
마을 풍경들
아이들은 손님들이 신기한지 따라 다녔지만 구걸을 하지는 않았다. 수자타 아카데미를 다니며 구걸은 안 할 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 할 일들이 막 떠올랐다.
학생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법륜 스님
마을을 다녀온 뒤는 운동장에서 소감문을 쓰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법륜 스님이 얼마나 큰 일을 하셨는가 그리고 스님이 부처님 제자로 얼마나 합당한 삶을 살았는지 절절히 느껴졌다.
이제 내일부터는또 고단한 순례길을 떠나지만 여기서 얻은 힘으로 너끈히 잘 다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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