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으로 펑펑 울면서 엄마가 보고 싶단다

Krishna4c 2008. 2. 22. 13:25

 

 아이 넷을 낳아 기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둘째 6개월에 딱 세째가 들어서서 거의 쌍둥이처럼 키운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때 난 둘째 딸 세연이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간난쟁이 아들 재연인 먹고 자기만 하니 꼼지락 꼼지락 엄마 손을 많이 타고 싶어하는 그 것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남들은 그랬다. 딸 둘을 낳고 아들을 낳아 아들만 이쁜 것이라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둘째 아이가 아장 아장 걸을무렵 앞세워 두고 나는 괴기영화에나 나오는 마더들처럼 때로는 무섭게 노려보면서 때로는 맥풀린 눈으로 ,

 

" 나는 저 애가 제일 싫어요 "

 

이렇게 말하고는 했었다. ( 믿어져요? , 제 새끼를 )

 

 고물 고물 고만 고만한 것들 셌을 키우다 보니 둘째는 21개월부터 어린이집 행이었다. 거기서 하루는 요플레를 먹는다고 하다가 너무 어린 옆의 아이가 뚜껑을 따다가 세연이 귀를 살짝 슬쳐 상처를 냇나본데 어린이집도 나도 몰랐다. 길게 2cm 가가운 흉이 되고서야 알았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볼 때마다 .

 

 어린이집에 세연일 데리고 갈 때도 한 놈 업고 한 놈 손잡고 가니 늘 엄마를 차지하지 못하고 저보다 조금 큰 언니 도연이 손을 잡고 달랑 달랑 걷기 일수였고 그러다 보니 아이는 늘 혼자 앞서 팔랑 팔랑 걸어가버리는 때가 더 많았었다.

어떤 날은 재연이가 다행히 자고 있어 세연이 손이라도 잡고 올 처지인데도 아이는 그렇게 나비처럼 팔랑 팔랑 가버렸다.

 

 그런 내가 아이에게 그런 마음이었던 것은 잊어버리고 이상하게 섭섭해서 아이를 업으면 그 때 세연이는 참 좋아했다.

그 업어주는 때란 거의 세연이가 감기나 다른 병이 걸려 저도 엄마가 아쉽고 나도 새끼라고 세연이가 한 없이 짠했을 때만이었다.

 

 한 번은 친정에 풀어지러 가서 아이들을 동생들에게 던지듯 풀어줬는데, 세연이 귀에서 진물이 줄줄 흘렀다. 그렇게 물이 흐를 정도면 아인 한 때라도 심하게 열이나고 앓았을 것이었다. 그 것도 모르고 있다가 저리 귀에서 진물이 나는데도 웃는 것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

왜 미친 년처럼 아일 그렇게 미워했었는지 ? 막말로 남편이 어디서 낳아 온 아이도 아닌데.......

 

 아이를 업고 친구가 근무하는 대학 병원엘 가려고 택시를 탔다. 그 때 세연이가 노래를 불렀다.

 

" 삘~랄~라 "

 

이렇게. 눈물이 절로 �아졌다. 그 때 결심을 했다. 내 새끼 잘 보겠다고 , 저 어린 것 미워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커서 그런지 세연이는 참 강했다. 에너지가 무지 안정된 아이라 늘 그 아이에 대한 걱정이 거의 없었다. 성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이룰 것 같았다. 심지어는 세연이 가르치던 미술학원 남자 선생님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 그 것까지 뭔가 잘될 싹수로 보이기도 했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쓰고 살던 내가 내 흉으로 보일 아이의 무례마저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안해서 아이에게 미안해서 무의식이 작용했던 것이었을까?

 

 강한 아이라서인지 인도 유학 가서도 한 번도 안 울었다. 유학 보낸 6개월 후 내가 가서 다른 학교 어플라이 끝내고 학교 두고 나올 때 아이들과의 관계 문제로 울었던 것 말고는 운 적이 없었다. ( 그 것도 사실 유학 생활의 서러움이 터진 것이겠지만 내세운 이유는 아니었으니까 ) 적어도 내가 알거나 내가 보는 앞에선.

 

 그런데 지난 주 일요일 전화를 하다가

 

" 엄마가 보고 싶어 "

 

라는 말만 반복하며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막무가내였다. 한국에 와라 ,엄마가 갈까 별 얘기를 다 해도 운다.

아빠까지 인도 와서 같이 살잖다. 아빠가 거기 가서 뭐하냐니까 그냥 열심히 일하면 된단다.

서너살 아이 수준이다.

 

 4주 이상 감기를 왔다리 갔다리 앓았고 또 심해지는 때 전화를 한 것이지만 분명 무슨 일이 있지 싶었다.

그래서 물어도 아무 일도 없단다. 그냥 엄마가 보고 싶단다.

 

.......

 

몸이 아프니 엄마 생각이 나는가보다 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소포를 보낸 뒤라 수요일에 통화했더니 이제 괜찮다고 했다. 감기가 그리 오래가면 안되니 학교 밖 병원을 가랬는데 교장이 못가게 했단다. 그러면서 괜찮다는데 뒤에 목소리가 좀 눈물에 젖는 느낌이 왔다.

 

" 또 우냐 ? "

 

했는데 아니란다. 서둘러

 

" 엄마 사랑해 " 하고 끊는다.

 

 참 힘든 유학을 잘 견딘다 했더니 이제 힘든걸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생각하면 할 수록 마음이 저리다. 애써 외면한다. 이상하게 애들이 그러면 나는 더 눈물이 없어진다. 나까지 울고 불면 무슨 대책이 서겠는가?

 

 내 새끼 그것이 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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