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흐린 날

Krishna4c 2008. 7. 4. 16:56

 

 장마철이라는데 , 비는 잘 오지 않는다.

 

대신 흐린 날이 많다. 이런 날은 새벽에 눈 뜨면 온 몸이 찌뿌둥하다. 밤 새 누군가에게 박신 박신 뼈가 아프도록 맞은 것 같다.

108배를 하면서 땀이 배어나오면 조금 그 증세가 가신다.

 

그리고 밥을 한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남편 나갈 시간까지 국이나 반찬이 아직 불 위에서 덜 끓여진 채 있거나 상위에 도통 젓가락 갈 데가 없이 밥상이 그렇다.

 

 아직 40 중반인데 벌써 부엌 일이 두서가 없고 버거울 때가 있다.

한가할 때 좋은 재료 사다가 나 혼자 착착 뭘 만들 때 말고는 믹서같은 조리기구까지 동원하는 뭔가를 해먹으면 마음이 산란하다.

인도나 네팔에서 일하는 사람 서너명 두고 사는 삶을 꿈꿔 보기도 한다.

 

 지난 한 시절 어쩌면 그 곳 사람과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았으면 지금쯤 편하지 않았을까 골똘히 집착하기도 한다.

 

 아무에게도 내놓지 못하는 마음 속 몇몇 문제들을 확 털어버리고 싶을 때가 이런 흐린 날이다. 막 떠들면서 엑기스가 있는 그런 술자리를 하고 싶다. 과거 한 때 같은 추억을 공유했거나 흥미거리를 공유했거나 아님 지금 현재 관심 갖는 일이 같거나 한 이들과 마음껏 떠들고 싶다.

말 못하고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한 주를 말 못하고 지나가면 힘들다.

 

 특히 이런 흐린 날은 .

 

 찬찬히 내 마음을 보며 살핀다.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을 찾는다.

감각적인 ' 쾌 ' ' 불쾌 '를 해결하려고 나중에 후회 할 짓거리 저지르지 않게 해 달라고.

 

 난 참 복이 많다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사람 복 말이다. 그러면서도 새 장난감 잠시 갖고 놀다가 다른 장난감 찾는 아이처럼 진득한 데가 없고 감각적 만족만을 바란다.

 

 40 중반 , 아이 넷 , 아직도 꿈꾸는 삶 조각 , 수행자로 살고픈 마음 , 부모 형제 , 도반 , 지인 ........

 

 할 일들이 많은데 그 일들을 살뜰히 못한다. 나를 미워하지 않고 그냥 안아주자 하면서 그것도 잘 못한다.

 

 막내 아이 악기 배우는 것 작은 발표회가 두 가지 겹친 날인데 , 그 행사 참가가 참 공허하다.

굶는 이들 살리자고 입으로 말하면서 복 많다 말하면서 아무 탈도 없는 일상을 공허하게 느끼는 것을 보면 어른들 말씀마따나 호강에 받혀 ' 지랄 '하는 거다.

 

 이 마음 속의 ' 허 '함은 무엇인가?

 

 누구에게 무엇을 달라 매달리는가 ?

 

 과보가 있을 줄 알면서 몸에 마음에 미혹되어 ' 흐린 날 ' 자꾸 헛 꿈을 꾸며 그리워하는 것 몇이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데 제대로 쓰지 못하고 [ 흐린 날 ] 타령이다. 그냥 움직이자. 과보는 오면 받자.

 

 그 움직임이 그냥 술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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