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hna4c 2009. 12. 15. 21:14

 

 주말에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갔습니다.

 

제가 종가집 맏며느리이고 시댁이 시골이라면 사람들은 다 일이 많을 것이라 쯪쯪거립니다.

 

그런데 저 참 편한 백성입니다.

 

 이번 김장도 토요일 내려가니 딱 양념만 버무리면 되게 어머님이 이웃 노인들과 품앗이를 다 해놓으셨더군요.

 

 관절 수술을 하셔 앉아있기도 힘든 분 , 순환기 병으로 서울 큰 병원에 가야 하는 어른 등 , 평균 년령 70 가까운 분들이 여덟분 오셔서 일들을 다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품앗이로 적게는 한 접 , 많게는 석접까지 김치를 담아서 아들 딸네 주는 것이지요.

품앗이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들이지요.

 

 일하시면서 하시는 얘기들은 또 얼마나 재미나던지요 .

세상을 살아오신 지혜가 묻어나는가 하면 노인들끼리 서로 견제하고 슬쩍 욕하고 비꼬고 ....

아이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 어른들 보면서 참 감사했습니다.

손 발 닳아지고, 관절 마디 마디 굽고 , 허리 꾸부러지도록 골병드는 그 분들 노동력 덕으로 도시 사람들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야말로 보살이고 부처님이십니다.

 

뽄내고 사는 도시사람인 게 참 많이 부끄러운 ' 김장 ' 날이었습니다.

 

골병들어도 그래도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 여겨 일을 끝까지 하시는 그 분들만큼만 , 아니 그 십분 의 일만이라도 부지런하게 살 수 있기를 서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