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사립학교라 전화가 잘 안되다가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별 어려움 없이 통화를 했다.
둘째는 여전히 별로 걸리는 일이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고뿔이 조금 든 것 말고는.
수학 경시에 뽑혔다고 반 아이들이 몰려와 " 니가 2등이다 " " 너 4등이라더라 " 하는 모양이다.
한국 책에 목마른지 [ 쥐의 똥구멍을 꿰멘 여공 ]을 보내달란다.
집 책꽂이에 꽂힌 그 책 제목이 재밋게 보여 보내달라 하는 것 같았다.
큰 아이는 마음이 힘든 듯 했다. 세실 세실 엄마에게 까지 못하는 것을 보니 지 말마따나 지들끼리의 얘기이고 일일 터인데 ,
뭉퉁거려 들은 사연이 가슴 아프다.
마음 주고 사는 한국 친구 하나가 최근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그 후휴증을 앓느라 친구인 내 딸에게도 말도 안하고 냉랭한 모양이다.
아무리 인도 애들이 있다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모국어로 속 시원히 얘기할 친구가 그러고 있으니 저도 머리만 아프고 공부도 안되는 모양이다.
수행의 길을 같이 가는 도반의 아이이고 누구보다 밝고 건강해서 이제 유학 갔지만 내 딸에게 큰 힘이 되는 아이라 여겼는데 ,
그간 잘 지낸 것이 아니었단다.
그 아이 엄마에게 이 얘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다.
아이들 사이의 일을 엄마들이 알고 나서서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없었던 지난 날들이 떠올라서다.
오늘 인도로 보낼 육포를 사러 남대문 지하 도께비 시장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사과며 단감 등 가을 과일을 싸게 팔아 서서 짊어지고 왔다.
인도에 있는 두 딸년이 걸리고 또 걸렸다. 가을 과일을 못 먹인 것이 몇 년 째이던가?
그리고 그 시리고 아픈 가슴 안아줄 수도 없다.
많이 보고 싶다.
6학년 때 간 둘째 아이는 몰라도 중 2에 등 떠밀어 보낸 큰 아이는 참 많이 걸린다.
여기 있었어도 제 몫 다 할 아이였는데 , 아이를 친구 하나에 목메게 하는 지경에 몰아 넣엇다.
성격 좋아 참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던 아이였는데.......
지금 마음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절대로 내 아이를 인도로 보내지 않았을 것 같다.
가을 경치도 먹을거리도 다 짊어지고 인도로 가서 아이들과 지내고 싶기도 하다.
10학년이라 보드가 코 앞인 아이를 기숙사에만 두고 튜션도 못 시켜 답답하고 미안하다.
감기 때문이지 눈물 때문인지 콧소리가 심상찮았던 큰 딸 아이가 계속 맘에 걸린다.
에미라고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