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장미희 머리 VS 아줌마 머리

Krishna4c 2008. 8. 9. 18:10

 

 숏컷트가 하고 싶었다.

 

벌써 1년도 넘은 것 같다. 그 마음 먹은 것이

 

그런데 내가 다니는 미용실 미용사가 도대체 그 머리를 안 해줬다.

 

작년 봄엔 머리하고 있는데 후배가 전화와서 미용실 있다고 했더니 , " 언니 숏컷트해도 어울릴텐데 " 해서

 

" 글쎄말이야 , 그런데 디자이너가 숏컷트를 안해준다 "

 

그 말을 듣던 미용사 선생 무지 화낸다. 내 얼굴이 숏컷트에는 안어울린다나.

 

' 아이씨 아닌데 , 젊어 한 때는 숏컷트를 할 때마다 언론에 사진이 실렷다는 전설을 모르는구마이'

 

속으로 중얼대지만 미용사가 내 젊은 시절을 알 리가 있남 .

 

이제까지 내 머리카락은 짧았던 때가 더 많았고 나도 조금 긴 머리가 어울린다는 것을 이 미용사가 느끼게 해주었다.

 

 

 [ 엄마가 뿔났다 ] 의 장미희 [ 달콤한 도시 ]의 최강희의 숏컷트를 보면서는 더 숏컷트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은근히 까다로운 성질머리인 나는 숏컷트를 안해준다는 그 미용사를 버리고 다른 데를 갈 수가 없었다.

 

대학교때부터 그냥 쑥 들어간 미용실 미용사가 맘에 들어 정 붙이고 다닐라치면 1년이 안되어 미용사들이 없어졌다.

 

독립을 했거나 체인미용실이라면 다른 체인으로 갔을텐데 미영업계 그들은 없어진 미용사의 행방을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대 입구 큰 빌딩에 들어온 유명 미용실 체인점에 오픈 때부터 가는데 미용사가 맘에 들었다.

 

처음 가서 어쩌고 저쩌고 머리를 해달라고 설명했더니 그 퍼머 해봤자 지금 상태랑 비슷하니 다듬고만 가라고 커트를 조심스레 해주었는데 ( 내가 경험한 실력있는 미용사들은 자신감에 넘쳐 쓱싹 쓱싹 가위질이 경쾌한 이도 있었지만 뭔가 조근 조근 얘기하듯 조심스러운 이도 있는데 지금 미용사가 그랬다 )

너무 내 맘에 들었고 사람들도 이쁘다고 했다.

 

그 뒤 1년에 많으면 두 번 아님 한 번 하는 퍼머를 제대로 해주어 두 번 정도만 다듬으면 1년이 잘 갔다.

 

 이번 머리도 괜찮았는데 질기게 숏컷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모처에 기생하는 펑거스들 때문에 잠깐 병원 다니러 가는데 ' 폭염 '이란 말이 지대로 실감났다.

 

그냥 이 머리 그대로 두고 더우면 좀 묶자했는데 마음은 미용실로 향했다. 혹시 휴가는 안갔는지 확인 사살 후 미용실로 ~

 

어쩌고 저쩌고 장미희 머리를 설명했건만 ( 우아?한 내가 장미희라는 연예인을 거명하는 자존심 구기는 일을 하면서도 꼭 정확히 그 머리를 하고 싶어 장미희를 강조했건만 )  나온 머리는 보통 아줌마들이 제일 많이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머리 숱이 워낙 없어 그냥 짜르면 너무 달라붙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난 그냥 학생때처럼 그 숏컷이 하고 싶었는데 .......

 

직업의식으로 머리 하나만은 이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마음을 무시할 수도 없어 그냥 맡겨두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그냥 무난한 만족감이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

미용사 그녀가 심하게 어색해 한다.

 

나도 어색하다. 그낸 심플하게 두면 될 것을 뭔가 장식을 더 붙인 싸구려 옷처럼 .

 

나오니 스콜처럼 비가 �아진다. 원단만 좋은 우산을 거금주고 산다.

 

이래저래 내 선택이 맘에 안드는 날이다.

 

그래도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이 아줌마 머리가 조금 있으면 장미희 머리처럼 느껴지리라 한다.

 

내 속에 있는 질긴 신드롬을 본다. 연예인 따라하는 젊은 애들 욕할 일이 아니다.

 

 

 

이 머리를 하고 싶었다는 ......

그러나 묘한 롤이 들어간 아줌마 머리가 되었다는 ......

 

' 다음에 퍼머를 하러가면 꼭 이 사진을 인쇄해서 보여줘야쥐이 ~ '

 

다짐합니다.

 

뭐라구요?

 

내 얼굴이 장미희 정도 되냐구요?

 

물론이지요 , 가끔 거울보면 내 얼굴이 장미희 급은 된다고 생각하는데 ......

 

뭐요 ?  더위 먹었다구요 ?

 

이 폭염에 이 정도는 애교 아닌가요 ?